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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시청각장애인, 그들을 위한 법은 없다

이새은 기자 (livinghope@goodtv.co.kr)

등록일 2023-10-30 

[앵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시청각장애인. 우리는 위인전에 등장하는 헬렌켈러 이야기를 통해 시청각장애에 대해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도 시청각장애인이 1만 명 가까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이들은 사회로부터 고립돼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습니다.

이새은 기자가 이들과 동행했습니다.

[기자]

활동지원사의 팔에 의지해 걸음을 떼는 김용재 씨. 누군가의 부축 없이는 한 발짝을 내딛기도 힘듭니다.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김 씨는 유전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까지 상실했습니다. 청력에 시력까지 잃은 그는 낮이건 밤이건 깜깜한 암흑 속에 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 김용재 / 시청각장애인 : 스스로 혼자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고, 집에서도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루 종일 우울하고 외로운 시간들을 보내야 했던 적이 많습니다. ]

김 씨와 같은 시청각장애인은 전국에 1만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들의 유일한 소통 방식은 촉수화.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수어를 손으로 만져서 대화하는 방식입니다. 낯선 공간에서는 손끝에 의지해 지형지물을 파악합니다.

[ 최소영 / 시청각장애인 : 지금까지 전국에 숨어있는 시청각장애인이 너무 많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

하지만 촉감만을 사용해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비장애인은 물론이고 수어통역사들에게도 생소하기만 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양성한 전문 인력이나 교육 커리큘럼도 없어 민간기관과 지역교회만이 이들을 돕고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보조기기로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가 있지만 600만원이 넘습니다. 사용법도 까다로워 혼자 익힐 수 없습니다.

[ 이영경 수어통역사 / 영락농인교회 : 촉수화 밖에 소통방법이 없는데 이걸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수화를 촉감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농맹인(시청각장애인)이 잘 이해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복지법상 시청각장애를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과 정책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 구영호 팀장 /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 시각과 청각이 함께 장애가 왔을 때 이 장애는 새로운 장애가 되거든요. 이러한 시청각장애인이 단독적인 장애유형으로 포함되어져서 단독적이고 전문적인, 보다 체계적인 서비스가 지원되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단독장애로 구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촉감 하나에 의지해 세상에 나서는 시청각장애인. 매 순간이 도전인 그들은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이 높습니다. 정부와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손을 내밀 때 두려움을 이기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불 시대, 경제선진국 대한민국이 놓치지 말아야 될 사각지대입니다.

GOODTV NEWS 이새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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